어린 시절 골목 어귀를 울리던 “뻥!” 소리, 그리고 그 뒤에 있던 따뜻한 손길. 뻥튀기 장수는 단순한 직업이 아닌, 동네의 기억이었습니다.
1. 골목의 마법, 그 “뻥!”이라는 소리
오후가 되면 동네 어귀에 낯익은 리어카가 등장합니다. 작은 수레에 거대한 금속통이 붙어 있고, 그 옆에는 중절모를 쓴 아저씨가 커다란 쇠손잡이를 돌리고 있었죠.
그 순간, 하늘을 찌르는 듯한 한 소리.
“뻥!”
그 소리는 단지 쌀이나 옥수수가 부풀어 오르는 소리가 아니었습니다.
아이들은 일제히 고개를 돌리고 뛰어갔고, 엄마들은 준비해둔 쌀 봉지를 들고 나왔습니다. 동네의 하루가 그 ‘한 방’으로 리듬을 맞췄던 시절.
뻥튀기 장수는 그 자체로 이웃과 공동체를 이어주는 마법사 같았죠.
2. 수레 하나로 떠도는 장인의 손길
뻥튀기 장수는 대부분 고정된 가게 없이 이 동네 저 동네를 돌며 장사를 했습니다.
기계 하나, 쌀 몇 되, 그리고 숙련된 손놀림만으로 하루를 만들어 냈지요.
금속통 안에 쌀을 넣고 불을 지핀 다음, 손잡이를 돌리며 압력을 가하는 이 작업은 생각보다 고도의 기술을 필요로 했습니다.
열이 부족하면 덜 부풀고, 압력이 지나치면 태워먹기 십상이었으니까요.
그들이 리어카 위에서 만든 것은 단순한 간식이 아니라,
시간의 향기와 기술이 응축된 한 줌의 따뜻함이었습니다.
3. 튀겨진 것보다 더 따뜻했던 마음
기억나는가요?
어릴 적, 엄마 치마폭 뒤에 숨어서 아저씨가 한 줌 주시던 따뜻한 뻥튀기.
장사꾼이 아닌 동네 어른처럼, 아이들 머리도 쓰다듬고 웃어주던 그 손길.
지금처럼 안전 규정이나 위생 기준이 정해진 시대는 아니었지만,
그럼에도 우리는 그 따뜻함을 믿었고, 그 기술을 존중했습니다.
때로는 동네의 아버지처럼,
때로는 거리의 마술사처럼,
그들은 아이들의 기억 속 한 페이지를 완성해주던 사람들이었습니다.
4. 사라진 직업, 그러나 지워지지 않는 풍경
이제는 뻥튀기 장수를 보기 힘듭니다.
고속도로 휴게소나 전통시장 특별 행사에서나 겨우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지요.
하지만 그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.
도시의 소음 속에서도 우리는 가끔,
그 “뻥!” 소리 하나에 멈춰 서고 싶은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.
그 소리와 함께 튀어나오던 따뜻한 뻥튀기처럼,
사라진 그 직업은 지금도 마음 한 켠을 고소하게 간질입니다.
뻥튀기 장수는 단순히 쌀을 튀기는 직업이 아니었습니다.
그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를 좁혀주는 동네의 마법사였고,
누군가에게는 어린 시절의 추억 그 자체였지요.
그 뻥! 소리,
당신은 마지막으로 언제 들으셨나요?